공자 1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의 공자의 이 말은 공자 사후 2천5백 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백여 개의 나라가 난립하고, 저마다 최고의 패자를 꿈꾸던 중국 춘추전국시대, 칼이 총으로, 수레가 차로 대체되었을 뿐 지금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공자의 이 말로써 왜 그의 사상이 동양정신을 대변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는 틈바구니에서 공자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다 하는 대동세상을 꿈꾸었다. 어느 때는 일갈하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과감히 개혁하기를 소원하기도 하며 누구보다 뜨거운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공자는 우리 곁에 있는가? 그저 박제된 성인의 하나로, 구시대의 유물로, 관광 상품의 하나로 기능할 뿐이지 않는가? 그렇게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이어서, 인간답기를 주장했던 불우했던 지성, 공자
이 책에서 공자는 다른 그 어느 문헌의 기록보다 인간에 근접해 있다. 우리 머릿속의 공자의 초상은 근엄함과 주공의 대례에 밝은 모습뿐이어서, 그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보기가 저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 공자의 저자가 의도한 바도 그렇거니와 공자는 누구보다 철저히 인간적인 인물이었다. 제나라의 명재상인 안영에 의해 시해될 위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제물로 삼았던 무희 곡미를 거둠으로써 괴로워하였고, 전국을 떠돌던 중 들렀던 위나라에서는 권력의 정점에 있던 미녀 남자南子의 유혹에 갈등하기도 한다.(1권) 자신과 함께 온갖 신산을 다 겪었던 제자 가운데 사마우를 오해하여 내쳤지만 곧 자신의 경솔함을 한탄하는가 하면, 고향에 두고 온 병든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다.(2권)
14년에 걸친 공자의 주유천하, 그 생생한 기록이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설은 공자의 주요 제자들, 즉 안회, 자로, 자공, 염구, 공야장, 증점, 사마우 등과 공자의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14년간에 걸친 고난의 주유 시절 그들의 속내가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적어도 소설 속에서 제자들은 공자가 어느 나라에고 정착하여 그의 사상을 실험해 보길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공자는 그 모든 권력의 유혹을 자신의 기준에 비춰 거부하였고, 그로 인해 제자들은 끊임없이 공자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공자의 제자는 3천 명에 이를 정도였지만 공자가 극히 칭찬해 마지않던 안회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몰라주었던 것이다.
아울러 이 대하소설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의 하나는 전국시대의 공자의 사상과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들과 그들의 배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함으로써 공자 사상의 풍성함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월왕 부차의 재상으로서 오자서가 죽은 초평왕의 시체에 매질한 사건은 그 전후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시대적 패륜이었다. 그러한 오자서에 대해 공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오자서를 도망치게 해주었던 신포서가 어떻게 피눈물을 흘렸는지, 공자의 족적을 따라가는 틈틈이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여러모로 대선을 앞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소설, <공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