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끈은, 왜? -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떠오른 참을 수 없는 물음들
어느 날 주인공의 한쪽 구두끈이 끊어진다. 그가 새 구두끈을 사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 그 짧디짧은 여정에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수많은 샛길이 뻗어 있다. 그 샛길로 빠져드는 데 이 소설의 묘미가 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의미의 플롯 대신 주인공의 머릿속으로 날아든 온갖 사소한 생각들을 집요하면서도 익살맞게 펼쳐 보인다. 그야말로 '평범한 인간 행위를 정교하고 심각한 숙고의 대상으로 바꿔놓는' 재능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사무실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한 손에 있던 쇼핑봉투를 다른 손으로 옮겨 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손에 든 쇼핑봉투를 바라보면서 시작된 소소한 생각의 파장은 구두끈에서 우유팩으로, 빨대로, 스테이플러로, 종이타월과 핸드드라이어의 역사로, 화장실에서 들리는 휘파람소리의 전염성으로, 셔츠 단추를 끼울 때 나는 미세한 소리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으로 종횡무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