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눈을 감고도 무엇이든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당신은 그 능력을 어디에 쓸 것인가?' 상상력의 천재 로알드 달은 이 책에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번뜩이는 재치와 입담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책에서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개인과 약자를 보듬는 달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은 표제작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뿐 아니라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소년>, <백조> 등에서 특히 아름답게 드러난다.
표제작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의 주인공 헨리는 “귀찮은 일을 할 바엔 욕 좀 얻어먹고 마는 게 낫다”는 좌우명을 가진 돈 많은 귀족 백수. 우연히,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사나이의 이야기를 읽은 그는 자신도 그 능력을 얻어 모든 카드게임에서 싹쓸이하길 바란다. 헨리는 도박꾼, “그것도 다소 비겁한 도박꾼”이니까. 그런 헨리 슈거의 예측불허, 기막힌 변신담이 놀라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