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막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아침부터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칼날 같은 바람이 지은 지 얼마 안 된 여자교도소의 외정문 쇠창살 사이를 빠져 나가며 윙윙 울어댔다. 외정문 시멘트 기둥에 박힌 구리로 된 '청주여자교도소' 명판 옆에서 누런 솜을 이불처럼 뒤집어쓰고 있는 초라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이곳도 사람 사는 데라는 것을 알리려고 애쓰는 듯했다.
여느 때 아침과는 달리 여자교도소의 외정문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시린 발을 동동 구르거나 발갛게 언 귀를 비비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에 두부나 달걀이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 박찬욱 감독이 직접 찍은 Photo 제작 노트 사진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본 전자책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