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꽃들
한 대의 차가 우리 집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빠일지도 몰라!
'
그러나 현관 앞에 멈춘 차는 녹색이 아니라 흰색이었다. 차의 지붕에는 회전하는 빨간 라이트가 달려 있었다. 자동차 측면에는 주경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푸른 제복의 경찰 두 사람이 현관으로 다가와 벨을 울렸을 때, 엄마는 치밀어 오르는 비명을 간신히 억제했다. 얼어붙은 듯 몸이 굳어지고 손을 턱밑에 갖다댄 엄마의 눈은 초점이 없었다. 엄마를 지켜보는 나의 가슴에도 무엇인가 거칠게 두려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짐 존스톤이 문을 열고 두 경관을 맞아들였다. 두 사람은 불안정한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봤다. 분명 이것이 생일파티 모임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식당의 축하 테이블이라든가 샹들리에에서 늘어뜨린 풍선, 뷔페 테이블 위의 선물상자로 미루어 보면 금방 짐작할 수 있었으므로.
'크리스토퍼 가란드 돌란갱거 부인은?' 연상으로 보이는 경관이 여성들을 보면서 물었다. 엄마는 굳어진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엄마 곁으로 다가갔으나 나중에 보니 크리스토퍼도 곁에 서 있었다. 어린 동생들은 바닥에서 조그만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나타난 경찰을 보고 잠시 흥미를 나타냈을 뿐이다.
친절해 보이는 붉은 혈색의 경찰이 어머니 곁으로 다가섰다. '돌란갱거 부인,' 표정이 없는 경찰의 목소리에 내 심장은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대단히 불행한 일입니다만, 그린필드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아……'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엄마는 크리스토퍼와 나를 두 팔로 끌어당겼다. 나와 마찬가지로 엄마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경찰의 제복에 달린 도금된 단추만을 뚫어지게 바라봤고 그밖에는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군께서도 그 사고에 휘말렸습니다.'
- 본문 중에서
'희망의 쌕깔은 노란색, 아침의 한순간 잠시 창가를 스칠뿐인 햇살과도 같은 색. 아버지의 사후, 다락방에 버려진 네 남매를 기다리고 있는 공포와 전율! '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돌란갱거 시리즈 4부작의 제1권으로 1979년 포켓북엣 발행되어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저자의 처녀작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행복한 소녀시절을 보내고 있던 주인공과와 오빠 크리스, 그리고 쌍둥이 동생. 그러나 돌연한 불행이 주인공의 일가에 몰아 닥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빠는 주인공이 태어났던 날 세상을 떠나고, 그날을 경계로 네 남매의 운명은 뒤바뀐다. 이사짐조차 없이 한밤중에 정든 집을 떠나 억만장자라는 외가댁 버지니아를 향해 출발하지만, 과거의 잘못으로 부모에게 의절당한 엄마 때문에 남매는 대저택의 다락에 유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