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이 책을 한국 독자가 읽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과정이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15년에 걸쳐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처음 완역판으로 출판된 것은 1985년도 김창석씨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원판이 출판사였던 정음사의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를 뒤늦게 알게된 역자는 70이 넘은 나이에 2년간의 방대한 수정작업을 거쳐 다시 전 11권의 완역본(국일미디어 발행)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뚜렷한 줄거리도 없고 극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으며 대단한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단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바로 기억의 미학이며, 따라서 이 작품의 가장 큰 테마는 바로 시간이다. 이야기는 설화자 '나'가 침상에서 깨어나는 순간의 '어떤 현재'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된다. 인생의 모든 것에 절망한 주인공은 어느날 우연히 홍차에 마들렌 과자를 적셔먹는다. 바로 그때 주인공은 과거의 무의식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순간을 통해 영원한 시간에 이르는 길을 깨닫게 된다.
전체적으로는 자전적인 회상 소설로 보이지만,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전체를 통해 한 번도 묘사되지 않고 있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좀 묘한 존재이다. 굳이 말하자면 '나'라는 것은 의식존재로서의 주인공을 가리키는데, 독자는 '나'라는 존재가 있는 공간이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은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미묘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무의식의 기억을 통해 인간 심리의 심층을 파헤치는 심미적인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19세기에서 1차대전이 끝난 20세기 초반까지 3세대에 걸쳐 무려 5백여 명의 주요 인물을 등장시키며 수천쪽에 걸쳐 과거를 복원해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스완네 집쪽으로」「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게르망트 쪽」「소돔과 고모라」「갇힌 여인」「사라진 알베르틴」「되찾은 시간」의 총 7편으로 되어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 단편 하나 하나 모두가 흥미진진하다.
독자는 손이 가는 대로 읽어보아도 좋을 거이다. 거기엔 생명력이 가득 넘쳐 흐른다
- 폴 발레리 『프루스트 찬사』중에서
우리는 잘 안다. 겉은 무척이나 침울하지만 정독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힘찬 격려를 주는 이 책 속에서 정신의 양식을 찾아내리라는 것을 또한 이 마법의 세계, 인간 이상인 이 예지, 눈에 닿는 것은 모조리 걸작으로 만드는 이 눈길, 숭고하고도 친숙한 이 시정(詩情)을 영영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
- 앙드레 모루아 『프루스트를 찾아서』중에서
내가 거의 한없이 다시 읽고 또 읽고 싶어하는 두 작품이 있다.
하나는 루소의 『참회록』이고 다른 하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 시몬 드 보브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