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그에게 중독되다
First Story… 그 남자에게는 봄도 외로움이다
그를 처음 본 건 여의도 한 까페에서였다.
생각했던 대로 그는 무척 낯을 가렸다.
할말만 하고 바쁜 듯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서둘러 가는 이유가 결코 바빠서가 아니란 걸 눈치채고 있었다.
어디서 시작된 건지 잘은 모르지만, 그는 외로워 보였다.
그에겐 신비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남자다.
Second Story… 그는 여름을 싫어하는 것 같다
한번쯤 그가 말로도 했을지 모르지만, 그냥 내 느낌이다.
그는 좁은 어깨와 가느다란 팔과 긴 허리를 모두 드러내야 하는
여름을 무척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그럴 것 같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해 상당히 시니컬한 것 같지만,
분명 가슴 깊은 곳에는 상처가 숨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날이 흐리면 어김없이 통증이 찾아오는 허리에 파스를 붙여줄
그녀가 빨리 나타나길….
Third Story… 그는 그대로 가을이다
가끔… 본인도 시인하는 거고,
주위에서도 늘 놀리는 것이… '일생... 설정이니까!'란 말이다.
벌써 10년째 이쪽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철학이기도 하거니와
그 자신도 알지못하는 사이 만들어진 버릇이기도 하다.
그를 보고 있으면,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가 어쩌면 두려움 속에 자신을 가둬두고 사는 그 버릇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내 느낌조차 그의 설정에 포섭돼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역시 그는 설정에 강하다.
Fourth Story... 겨울, 취하지 않는 밤이 없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고 했다. 몰론 본 적은 없다.
밤이면 커티삭 반 병을 맥주잔에 따라서 단숨에 들이키고
그 술기운에 잠이 든다...고 한다.
'왜 사람들과 ?이 마시지 않느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취하면 사람들을 향한 내 감정이 과장되는 게 싫어서'
언젠간 그가... 아주 편안해진 모습으로,
지금보다 한결 여유있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서 취해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떠들어 대는 걸 보고 싶다.
이미 볼만큼 본 사람들은 지겹다고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