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인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1880∼1942)이 현대 독일 문학사에서, 또 현대 소설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다. 비평가들은 그를 '독일의 프루스트'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장편 『특성 없는 남자』를 '독일어로 씌어진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며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무질이 세상을 떠난 후인 1952년 무질 전집이 출판되면서 무질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일대 붐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문학을 '무한한 보물이 들어 있는 연못'에 비유한 그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기법으로 소설사에서 역사적인 한 획을 그은 작가이다. 무질의 초기 작품에 해당되는 『세 여인』은 무질의 작품 전반 이해에 중요하고도 다양한 개념들과 모티프·주제 들이 드러나 있다. 작품의 첫 구절은 이렇게 잠언과도 같은 문구로 시작된다. 그리고 「통카」와 「포르투갈 여인」에서도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의 구절이 등장한다. 그럴 때, 그러니까 살면서 한 번쯤 느슨하게 긴장을 풀고 일상의 틀에서 자유롭게 벗어나고 싶다고 느껴질 때 이 작품을 읽으면 잠시나마 현실 밖의 꿈같고 동화 같은 세계에 빠진 느낌이 든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만큼 금지된 것도 많은 우리의 현실, 삶이라는 무거운 책임과 의무, 윤리, 도덕, 산적해 있는 과제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겐 느긋하게 우리의 꿈이나 환상을 즐겨 볼 여유도 공간도 없다.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쳇바퀴 도는 일상사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고 싶어질 때 『세 여인』은 일상의 틀을 깨고 현실의 시공을 넘어서는 신선함으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의 입장이 되어 꿈을 꾸듯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