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불
어린 시절 겪었던 불행한 사고로 부모의 처참한 죽음의 모습을 목격한 기억을 잊지 못해 늘 가위눌리던 한 소녀! 결국 그러한 고통을 극복하고자 성인이 되던 그 해에 출가하게 된다.
소설은 그로부터 십년이 지나 이제는 어느 정도 비구니 틀이 잡힌 주인공 지선智羨이 萬行을 결심하고 산을 내려오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녀의 새로운 출발은 처음부터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다른 누군가의 의지, 어쩌면 연기緣起의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운명의 장난이 개입된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삶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산으로 들어갔던 여자가 어느 정도 수행이 쌓인 뒤 다시 그러한 고통의 현장을 되돌아봄으로써 진정한 깨달음을 얻고자 산을 내려온 순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시 삶의 모순 속으로 되돌려지고 이어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은 곧 대승불교의 최대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화엄경, 거기에서 말하고 있는 화엄의 세계에 다름 아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혜롭지만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청안靑眼거사라는 인물과 베일에 싸여 있는 법운法雲이라는 기이한 노승을 만나게 되는데…
'환희불'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승들과 달라이 라마 등 몇몇 사람들의 실명이 구체적으로 등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석가모니 이전에 이미 해동에 불법이 존재했었다는 설에 대한 문헌적인 고찰과 더불어 고대 국명 혹은 지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고리타분한 종교이야기가 아닌 지금껏 맛 볼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제 시대와 독자의 욕구를 채워줄 능력과 안목을 갖춘 저자 곽리인의 작품세계로 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