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풍경
이 시집이 두 번째가 되겠다.
첫 시집 『고라니가 맑은 눈은』을 세상에 내어 놓으면서 행여 거들떠 보아주는 눈길이 있으러나 엉뚱한 기대를 해보았으나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시집도 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계속 시를 쓸 것이다. 시 쓰기가 참 어렵다. 어렵게 쓸려고 해서가 아니고 쉽게 쓸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시를 왜 쓰느냐고도 할 것이다. 내가 즐기면서 쓰는데 왜 쓰느냐고 물어서는 안 된다.
첫 시집의 머리말에서 쓴 말이다. 요지음의 시가 너무 주지적이고 관념적이어서 난해하다고 하였다. 시는 누구에게나 정감이 가고 음미하면서 그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간 문예지에 발표된 시편들이 하나같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소리뿐이다.
그래도 그렇게 써야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월간 문예지에 추천을 받게 되는 모양이다. 참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혼자서 해본다.
세상에는 시인이 너무 많은 것도 같다. 넘쳐 나는 것 같다. 그 많은 시인 중에서 나도 시인으로 행세하려면 마땅히 시를 그렇게 써야 할 일이다. 그런 시를 못 쓰면서 시인 행세하기를 심히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 성종화, 자서(책머리글) (부끄럽지 않기 위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