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녕과 정향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세종시대 양녕대군과 정향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민들의 탄식성을 뒤에 남기고 대궐에 들어간 양녕은 그의 아우님인 왕(세종대왕)께 편전에서 뵈었다. "전하. 신께 삼사 삭(朔)의 수유(受由)를 허하시면 능히 신의 평생지원(平生之願)을 이룰까 하옵는데 성의(聖意)가 어떠하오신지?" 그 날도 형님을 맞이하여 잔치를 베풀고 형제의 의를 들을 때 기회를 보아 양녕은 아우님께 이런 청을 하였다. "형님의 평생지원이란 어떤 것이오니까. 동생이 왕위에 있어서 능히 이를 수 있기만 한 것이라면 형님의 평생지원이야 못 이루어 드리리까?" 왕도 미소하면서 이렇게 응하였다. "다름이 아니오라 서경(西京)은 명승지지로 고래로 이름이 높사오며 단군·기자의 끼치신 터로 이 나라의 후인으로서 한번 반드시 찾아야 할 곳 ? 시절은 바야흐로 춘삼월 꽃때오니 한번 이름에 듣던 을밀대 부벽루며 성천 무산십리 등 선경을 완상하오며 젊은 호기를 한번 뽑아보오면 겨를 한철의 음산하던 기분을 모두 한꺼번에 씻을 수가 있을까 하옵니다. " 왕은 안정(眼睛)을 굴려서 형님의 얼굴을 굽어보았다. 잠시 굽어보다가 역시 미소하면서 대답하였다. "형님께서는 서경 미색과 감홍로(甘紅露)의 이름을 들으셨나 보구려." 양녕은 머리를 조금 들었다. "아니옵니다. " 그러나 얼굴이 붉어졌다. "만약 전하께서 그렇게 의심하시면 신은 서경 수유의 욕망을 잊어버리오리다. " 이리하여 서경 문제는 그만치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젊은 공자 양녕의 마음에서는 그 욕망이 아주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