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야만의 얼굴을 한 천민자본주의,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는 작가, 조정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또 한걸음을 내딛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등 우리 근현대사를 대하소설에 담아내며 한국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작가 조정래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전작에서 한국의 근현대사, 분단과 이념의 문제, 비전향 장기수와 역사 밖으로 밀려났던 포로들의 인권 문제를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현대로 넘어와 성장의 빛과 그늘, 자본과 분배의 문제를 현란한 필치로 파헤쳤다. 그는 야만의 얼굴을 한 천민자본주의의 모습을 작품 속에 담아내어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업계 2위인 일광그룹 소속 강기준 실행총무가 비자금 문제로 실형을 살고 나온 그룹 총수로부터, 라이벌인 일류 태봉그룹처럼 ‘회장 직속 정보 조직체’를 꾸리라는 특급 지령을 받는다. 이에 자신의 대학 선배이자 태봉그룹의 1급 첩보원인 박재우를 스카우트하게 된다. 박재우는 곧바로 그룹 내 사장급에 해당하는 기획총장에 임명되고, 정·재·관계와 언론계를 장악하며 재산 상속과 그룹 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업무를 전담하는 친위부대, 즉 〈문화개척센터〉의 판을 짜는 전방위적 로비 작업에 들어간다. 검사와 국정원 국장, 정부 서기관과 7급 세무공무원, 언론사 사주까지 떡 주무르듯 펼쳐지는 '무한 감동 로비' 이야기는 그리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이 땅, 한국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 세상의 모든 문학 작품은 모국어의 자식이며,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시대, 그 사회의 모순과 비극을 써야 할 책임이 있다고. 그는 한국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돈에 환장하는 인간들의 작태'를 그린 작품을 써 내려간 것이다.
그 사회의 모습은 사회구성원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것이다. 그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그건 피할 수 없는 자화상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냉정하게 우리의 자화상을 보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학이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광주 서중학교를 거쳐 서울 보성고등학교 당시, 농촌 사회활동에 뜻이 있어 이과반에 적을 두고 있던 조정래는 3학년에 이르러 국문과로 진학 목표를 세우고 동국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한다. 이 무렵 같은 과 동기인 김초혜를 만난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중편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인간 연습』, 『사람의 탈』,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김구』, 『박태준』, 『세종대왕』, 『이순신』,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 등을 출간하였으며,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성옥문학상, 동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동리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조정래 문학전집』의 1권 「대장경」에서부터 부패한 권력에 대한 비판, 민중에 대한 신뢰, 예술적 완성을 향한 집념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직접 체험을 소설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소설 원칙을 철회하는 것과 아울러 갑오농민전쟁과 3.1운동 광주민중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중 항쟁의 역사를 대하소설로 풀어낼 계획을 세우고 「태백산맥」집필 준비에 들어간다.
고초 끝에 1만 6천 5백장 분량으로 6년간 연재된 태백산맥은 좌익운동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파헤치며 우리 민족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뤄 젊은 세대의 공감과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태백산맥은 완간 되자마자 문학담당기자와 문학평론가들에 의해 ‘1980년대 최고의 작품’, ‘1980년대 최대의 문제작’으로 꼽힌다.
태백산맥을 마치고 다시 1년쯤의 취재와 자료 정리기간을 거쳐 1990년 12월 아리랑 집필에 착수하고 1995년 7월에 2만장 분량의 원고를 탈고한다. 아리랑은 일제의 식민지배체제에서 왜곡된 민족의식을 바로 세우려는 작가의 집념이 서려 있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사 3부작의 말미를 장식하는 대하소설 「한강」을 마치고 ‘20년 글감옥’ 에서 출옥했다. 한강은 현대한국사회의 풍경화를 그려나간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3부작은 전 32권 5만3천여장의 원고지에 높이가 5m50㎝에 이르며 그간 조정래의 책은 1000만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그의 대하소설『태백산맥』은 원고지 1만 6천 5백장의 방대한 분량 속에서 60명이 넘는 주인공들이 등장해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남기는 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이다. 그 동안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왔던 해방직후의 역사적 진실을 현미경 들이대듯 파헤치고 있으면서도 작품 전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아리랑』은 식민지시대를 깊은 역사 인식으로 탐구한 대하소설로 김제 출신의 인물들이 군산, 하와이, 동경, 만주, 블라디보스톡 등지로 옮겨서 40여 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제시대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일제의 폭압에 맞선 우리 민족의 저항과 투쟁과 승리의 역사를 부각 시키고 있어 민족적 긍지와 자긍심, 자존심을 회복케 하는 역작이다.
『한강』은 1959년 이후의 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철저한 고증과 조사를 바탕으로, 한없이 세밀한 현미경의 시선과 한 번에 굽어보는 망원경의 시선이 교차하는 조정래 문학의 완결판이다. 4.19, 5.16, 10월 유신과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격동의 세월을 10권의 책으로 묶었다. 저술에 들어가면 어느 작가보다도 근면하고 규칙적으로 원고지를 채워나간다는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목차
작가의 말 _ 우리의 자화상 보기
1 _ 술수의 숨바꼭질
2 _ 돈은 귀신도 부린다
3 _ 너만 왕이냐
4 _ 은밀한 그물짜기
5 _ 그들의 사육법
6 _ 한가위 추석맞이
7 _ 서로 다른 길
8 _ 골든 패밀리의 잔치
9 _ 국민, 당신들은 노예다
10 _ 덫 그리고 덫
11 _ 착해라, 자발적 복종
작품 해설 _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