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에게
사춘기여서 그런 거라구? 모르는 소리하지 마.
19세기만 해도 동성애는 ‘치유해야 할 질병’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는 아직도 동성애를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과학이 나서야만 동성애는 질병이 아닌 성향이라고 인정되는 것 같다. 그
러나 문학은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말할 수 있다. 인간 개개인에게 존재하는 천차만별의 ‘차이’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이라고. 2009년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평을 들으며 등장한 작가 권하은은 미술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이 반영된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 생기발랄하면서도 서정성이 느껴지는 문체로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주인공들의 성 정체성을 주제로 삼았다.
동성애
라고 해서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도전적이지도, 감정적이지도 않다. 진지하면서도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동성을 사랑하는 소년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다루고, 상처 입은 소년의 마음을 끌어 안는다. ‘사랑은 사랑이다’라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바탕으로, 지금껏 금기시되어온 동성애
에 대해 그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소년 성훈의 시선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한 표현들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의 공감을 자아내
며,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동성을 사랑하는 소년 성훈이 세상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비너스에게 띄우는 내밀한 자기고백을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