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드라마로 채워지지 않는 감동을 그리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난 사임당의 예술혼과 불멸의 사랑
사라지고 두 구만 남은 시에서 발아한 문학적 상상력
2008년, 조선시대의 대표적 여성 예술가인 신사임당을 모티프로 예술가 소설의 한 전형을 직조해낸 권지예가 또 한 번 그녀의 이름을 호명한다. 작가는 사임당이 남긴 세 편의 시 중에서 유일하게 두 구만 남아 있는 ‘낙구(落句)’라는 시에 주목한다.
'밤마다 달을 향해 비는 이 마음 (夜夜祈向月) / 살아생전 한 번 뵐 수 있기를. (願得見生前).' 누구나 알고 있는 그녀의 두 수(首)의 시, 「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 「사친(思親)」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친시(思親詩)다. 하지만 전문이 전하지 않고 두 구만 남은 ‘낙구’라는 불완전한 시는 읽자마자 내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이 시에서 만약 그녀가 이토록 그리워하는 이가 어머니가 아니라면?
이러한 상상의 씨앗에서 시작해 작가가 열정으로 완성시킨 『붉은 비단보』에는 사임당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우상으로서 존재하는 사임당을 온기와 숨결과 눈물을 가진 한 인간으로 그려내고 싶다는 의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여겨졌던 터. 그러나 이번에 개정판을 내면서 그녀의 이름을 되찾아주게 되었다. ‘사임당.’ 어긋난 사랑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훌륭한 어머니, 아내, 딸로서의 삶을 온전히 지켜온 사임당을 오늘의 시간으로 다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