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무라카미 류는 이 책에서는 최고급 프랑스 요리에서 패스트푸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미각뿐만이 아니라 오감을 총동원하여 우리들 속에 숨어 있는 관능과 추억을 일깨운다. 음식은, 되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나이 든 한 남자를 센티멘털에서 지켜주기도 하고, 실물을 보고 그만 꿈에서 깨어난 한 여자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도 하고, 아들과의 추억을 찾아 테니스장을 찾은 노인으로 하여금 옛날 행복했던 시절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 자신 안의 어떤 부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아득히 먼 시원의 기억을 일깨우기도 한다.
저자소개
무라카미 류는 195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태어났다. 나가사키현은 태평양 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가 속해 있는 곳이며, 사세보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제7함대(태평양 함대)의 주요 기항지인 곳이다. 양친이 모두 교사인 가정환경 속에서 미국식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사세보가 미국 길거리문화 일본 유입 1번지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문화색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
한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학교 졸업 때는『소학교 회상기』라는 기묘한 작문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히피문화가 불어치던 당시에 고교시절을 보낸다. 입학하자마자 럭비부에 가입했으나 훈련을 견뎌내지 못하고 탈퇴. 록밴드를 결성하여 드럼을 연주하고, 8밀리 단편영화를 만드는 등 범상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프랑스 68혁명의 영향이 일본에 미친 후인 1969년에는,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 농성의 영향을 받아 학교 옥상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데모 농성을 하는 ‘기행’을 주도한다. 그는 이 일로 무기정학을 당했는데, 『69 Sixty Nine』은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필한 작품이다. 2005년 한국에서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3수 끝에 도쿄에 위치한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진학했으나 1년 만에 중퇴한다. 재학 중이었던 19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신인상 및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1976년 당시 국내 출판사 두세 곳에서 출간됐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물’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당했던 사건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대중문학을 이끄는 Two 무라카미로 불리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 온 무라카미 류는 작품과 인생, 양면에서 아주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실상을 통렬하게 지적해왔으며, 그 방편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룹섹스, 원조교제, 동성애, 폭력, 마약 등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현실을 추수하여 자극적인 주제만을 다루어 온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주목하지 못한 단계의 태아 상태의 ‘현실’을 포착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다룸으로서 새로운 현실의 도래를 예언해 온 경우가 많았으며 그것은 매우 정확했다.
무라카미 류는 가상의 미래사회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간간히 내놓았는데,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타락한 세상을 파괴한다는 『코인로커 베이비즈』, 휴거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는 『바이러스 전쟁』, 미국ㆍ소련ㆍ중국ㆍ영국에 의해 4개로 분할되어 지배되는 가상의 일본을 그린 『오분 후의 세계』 등이 그것이다. 『반도에서 나가라』도 이러한 가상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또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사랑과 환상의 파시즘』,『69』,『토파즈』,『5분 후의 세계』,『인더미소수프』,『교코』 등이 있다.
NHK 라디오 진행, 일본판 플레이보이지 기고, 마이니치 TV 토크쇼 진행, 축구 해설가, 세계 미식가협회 회원, 사진작가 등 문화 전방위에서 활동해 왔으며 쿠바 음악을 전파한 공로로 쿠바정부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넷 환경이 아직 한국보다 불비한 상황에서 전자메일 매거진의 편집장을 현재 역임중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이 국내에서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되는 모습들이 이후에 우리나라에도 나타났거나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1995년 첫 한국 데뷔 이래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 및 저작물은 국내 실정보다 앞서가는 바람에 절판되었다가 재출간된 경우까지 포함해 현재 69종에 이른다.
또한 최근에 그는 2010년 11월 작가로써 스스로 전자책 회사를 설립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저자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전자책의 형태로 책을 내는 출판의 새로운 형태를 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라카미 류와 요시모토 바나나가 직접 차린 이 회사 G2010은 일본 전자책 환경에 큰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목차
한국어판 저자 서문 - 그래도 여행은 계속된다
1. 코트다쥐르의 밤은 요염하다 - 누벨 퀴진
2. 매춘굴에서 만난 초능력의 치과의사 - 자라 요리
3. 열한 번 성형 수술한 여자 - 로스트 프라임리브스
4. 작은 돌기 공포증을 가진 남자 - 생선 이리
5.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 무스 쇼콜라
6. 브로드웨이의 마약중독 소녀 - 송아지 갈비
7. 백마술이 깃든 피지의 바닐라 - 아이스크림
8. 차이나 카페 웨이트리스의 부동산 투자 - 생모시조개
9. 검은 수트 입은 노인의 추억 - 핫도그
10. 생굴이 되어버린 스튜어디스 - 생굴 요리
(...)
Commentary. '요리를 하지 않는 요리사' 무라카미 류의 미의식이 녹아든 소설
역자 후기 - 감각을 통해 찾아가는 인간의 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