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산다는 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은 날이 있다. 너와 나는 무엇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며,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가. 보니것은 그런 우리 삶의 우주적 무의미함에 대해 노래하고 조롱한다.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작품 속 이야기는 빛바래지 않았다. 보니것의 글은 오늘날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임과 동시에 과거에서 온 미래의 예언 같기도 하다. “우주는 지독히도 커다란 장소”여서 “이런저런 문제들에 관해 서로 다른 옳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지독히도 많을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라는 그의 문장은 한 영혼의 삶이 모질어지고 모나질 때마다 그를 수렁에서 끌어올리고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줄 것이다. 생의 괴로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더라도,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피식 웃어버리며 하루를 더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_심채경(『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행성과학자)
블랙유머와 풍자의 대가 커트 보니것의 두번째 장편이자 수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작품 『타이탄의 세이렌』이 커트 보니것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스페이스오페라 장르의 클래식이자 코믹-SF계의 원조인 이 소설은 영국의 SF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현존하는 최고의 만화 스토리 작가로 알려진 앨런 무어의 『와치맨』의 영감이 되었다. 모든 공간과 모든 시간을 아우르며 우주전쟁과 시간여행,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사랑과 우정을 기발한 상상력과 남다른 통찰력으로 이야기한다. 인간존재와 세상만사의 아이러니, 무의미의 의미와 가치의 무가치, 운명과 우연에 대한 보니것만의 시니컬하면서도 우주적인 대답.
저자소개
1922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독일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쇼트리지고등학교에 다니며 교지 [데일리 에코] 편집자로 활동했다. 이후 코넬대학교에 진학하며 보니것 자신은 아버지처럼 건축을 공부하거나 인류학을 전공하고 싶어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생화학을 택한 후 전공 공부보다는 대학 신문 [코넬 데일리 선]에서 일하며 글을 쓰는 데 더 열중했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좋지 않은 성적과 평화주의를 옹호하는 신문 기고로 인해 징계를 받은 후 대학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한다.
1944년 전쟁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유럽으로 보내졌고, 전선에서 낙오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 1945년 미영 연합군의 폭격으로 13만 명의 드레스덴 시민들이 몰살당하는 비극적 사건 한가운데 서게 됐던 이때의 체험은 이후 그의 문학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송환된 후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에 입학했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던 그는 학위를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등의 일을 병행하며 글쓰기를 계속했고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콜리어스], [아거시] 같은 잡지에 단편소설을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1952년 『자동 피아노』를 출간하며 등단한 그는 『고양이 요람』(1963) 『제5도살장』(1969) 등을 세상에 선보이며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반전反戰 작가로 거듭났다. 이후 소설과 에세이 집필은 물론 대학 졸업식 연사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다 1997년 『타임퀘이크』를 마지막으로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2007년 맨해튼 자택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몇 주 후 사망했다. 커트 보니것은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로 평가받으며, 리처드 브라우티건,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많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마더 나이트』 『나라 없는 사람』 『세상이 잠든 동안』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아마겟돈을 회상하며』 등이 있다.
목차
1. 티미드와 팀북투 사이 92. 와이어하우스의 환호성 593. 유나이티드핫케이크 우선주 854. 텐트 소각 1255. 신원 미상의 영웅이 보낸 편지 1376. 전시의 탈영병 1737. 승리 2158. 할리우드 나이트클럽에서 2419. 풀린 수수께끼 25710. 기적의 시대 28111. 우리가 맬러카이 콘스턴트를 싫어하는 이유는…… 32712. 트랄파마도어에서 온 신사 345에필로그: 스토니와의 재결합 395옮긴이의 말 419커트 보니것 연보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