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고수의 시대
죽도록 못 노는 대한민국
2008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 10가지를 조사해서 발표했는데, 그 순위는 이렇다. 1위 TV시청, 2위 외식, 3위는 무려 낮잠이다. 찜질방 가기, 잡담, 신문읽기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취미는 독서랑 음악감상, 특기는 피아노라고 앵무새처럼 대답하는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아마 순위엔 없지만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여가는 술일지도 모른다. 대학생들은 호프집에서 직장인들은 룸살롱에서 밤마다 엄청나게 퍼마시고 있으니 말이다. 일찍 퇴근한 기념으로 한 잔, 힘든 일을 마쳤으니까 한 잔, 기분 좋으니까 한 잔, 우울하니까 한 잔……. 술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고 눈만 멀뚱대며 남는 시간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황당할 노릇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 못 논다. 워낙 근면성실해서 그런지 노는 걸 굉장히 죄악시하고 불편해한다.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하는 데엔 열심이지만, 남는 시간을 즐기며 재충전하는 것은 한심하고 속 편한 행동이라 여긴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이 사람들에게서 여유를 빼앗아갔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다. 놀 줄 모르니 술만 마시고, 놀 줄 모르니 술 먹고 망가지는 게(때로는 탈선하는 게) 잘 노는 것이라 착각한다. 서글픈 일이다. 어떻게 폭탄주가 여가가 될 수 있는가?
평균연령 100세의 시대라지만 그래도 짧은 인생,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일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행복해질 수 없다. 잘 놀고 잘 쉬고 잘 즐겨야 한다. 새로운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투입해야 한다.
이 책은 2006년, 2007년, 2009년 3차례에 걸쳐 문화관광연구원에서 개최한 여가사례공모전 수상작들을 추려 묶은 것이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처럼 신기한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봤을 법하고 생각해봤을 법한 평범한 사례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정말 쉽게 따라 해볼만한 그런 여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왜? 여가는 몰라서 못 즐긴다기보다 관심이 없어서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못 즐기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표는 기상천외한 여가활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와~ 신기하다~ 하고 덮어버리면 무슨 소용인가?) 독자들이 책을 읽고 맞아. 이런 것도 있었지? 이 참에 한 번 해볼까? 라는 마음을 먹게 하는 것이다.
죽도록 못 노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각자의 취미를 발견하고 한층 즐거운 삶을 사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을 꾸며 책을 펴낸다. 대한민국이여, 이제 한 번 정말 잘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