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흔적들
빛을 받는 방향과 질량에 의해 자신의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지듯, 살면서 겪어야 하는 우여곡절로 인해 행동반경의 울타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려나가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색깔을 가늠한다. 걸어 온 흔적을 가슴에 새겨 역사를 만들 때, 삶의 깊이와 높이를 계측해보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한다. 중등교사가 되고서 설정한 목표를 향해 불철주야 달리던 젊은 시절, 삶의 내공으로 경력을 써내려오면서 수없이 겪어야했던 좌절감. 청상과부가 된 홀어머니의 외아들로 고교진학을 포기해야했던 극심한 생활고, 해진 베적삼이 땀에 흠씬 젖도록 일하시는 어머니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대학생활을 거쳐 겨우 사회인들의 대열에 끼어들었던 희고 검은 발자국의 흔적을 활자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