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있었던 일이야,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지
손님 없는 당구장을 지키며 보낸 20대의 여름, 잃어버린 것들의 연대기『무덤 건너뛰기』 『노자가 사는 집』을 잇는 ‘자기 돌아보기’ 삼부작 에세이 마지막 편.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20대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학을 그만두고, 미군 부대가 떠난 소도시 손님이 오지 않는 당구장을 지켰다. 창문이 모텔 벽으로 막힌 5평 남짓한 오피스텔, 신도시 아파트 공사장, 서가에 꽂힌 책보다 바닥에 쌓인 책이 더 많은 중고 서점. 도대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정말 있었던 일이야,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지』는 아무런 준비 없이 어른이 된 우리 모두의 기억이자 자화상이다. 전체가 하나의 무리처럼 지내던 학창시절을 지나 세상으로 발을 내딛지만, 서퍼처럼 파도를 타고 넘지는 못한다. 한 무리에서 비슷한 다른 무리로 옮겨 가며 어떻게든 삶을 거머쥐고자 하지만 무기력해서 무료한 나날. 그것이 20대의 삶이었고, 20대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세상은 흘러가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세상과의 접점이 오로지 스포츠신문뿐이라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사건들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바로 그 시절에 만난 서로 엇비슷한 사람들, 전혀 동떨어진 사건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들 모두가 분주하게 희망하고 절망하다가 이유도 의미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살아가며 잃어버린 모든 것들의 연대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