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로 가는 길
이생진 시인은 ‘섬 시인’이다. 그는 우리나라 섬을 천군데 넘게 찾아다니며 《그리운 바다 성산포》,《섬에 오는 이유》,《섬마다 그리움이》,《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 《먼 섬에 가고 싶다》,《하늘에 있는 섬》,《거문도》 등, 여러 권의 섬 시집을 펴낸 바 있다.
그는 1964년에 울릉도를 찾은 후 1990년에야 비로소 구축함을 타고 가 독도에 첫 발을 디딜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후에도 그는 섬 시인답게 여러 번 독도를 더 찾았지만 그 때마다 바다 너울 때문에 독도에 올라가 보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팔순을 앞두고 있는 시인은 한번이라도 더 독도를 보고 싶은 마음에 올 봄에도 여러 시인들과 함께 독도를 찾았다. 그리고 독도에 배를 대기 위해 선장이 몇 번씩이나 접안을 시도하는 동안, 배 위에서 독도를 바라보며 부지런히 스케치를 하고 시를 썼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작 독도에는 오르지 못한 채 아쉬움만을 가득 안고 돌아와야 했다.
시인은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신작시와 함께 수십 년 동안 독도를 오가며 쓴 시들을 정리하고, 울릉 독도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직접 스케치한 그림들을 고스란히 모아 한 권의 시집을 펴내게 되었다.
‘독도로 가는 길’이라는 시집이라도 펴내지 않고서는 그 아쉬운 마음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이처럼 끊임없이 독도를 그리는 것은 그의 시작詩作에서 독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리라.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온 ‘독도로 가는 길’은 가히 이생진 시인 섬 시집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