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네 네형제 / Four Crayfish Brothers
시인 백석의 동화시에 그림을 얹은 책이 현대 감각에 맞는 멀티동화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남의 지용, 북의 백석'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민족 고유의 토속적인 정서를 구구절절한 시구로 담아냈던 백석의 작품을 멀티동화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뜻깊게 다가옵니다.
옛말이 남아있어 언뜻 읽으면 이해가 잘 안 되는 동화시를, 움직이는 그림과 리듬을 타듯 감칠맛 나는 낭송을 통해, 이 동화시를 접하는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내로라 하는 우리 문인의 작품을 멀티동화라는 형식을 통해 선보이게 됨으로써 주옥 같은 아동문학 작품들이 도서관 한 귀퉁이에 먼지 쌓인 채 잊혀지는 일은 없으리라 기대가 됩니다.
동화시『집게네 네 형제』는 자기의 본모습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하게 산 막내 집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닷가에 집게 네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막내만 빼놓고는 모두들 자기 모습을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세 형은 다른 것의 흉내를 내다가 그만 오뎅이, 황새의 먹이가 되거나 낚시 미끼로 잡혀가 죽고 말지요. 오로지 자기 본모습에 만족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겼던 막내만이 잘 살았습니다.
보기 좋은 겉모습보다는 자신 있고 당당한 마음가짐이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동화시입니다. 소라 껍질과 조개 껍질, 우렁이 껍질을 뒤집어쓰고 남의 행세를 하는 세 형의 움직임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딘가 거북스럽습니다. 대신 막내 집게의 당당한 모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닮고 싶은 마음이 동할 정도로 멋지게 보입니다. 반복적인 낱말과 구성이 노래 부르듯 리듬을 타게 하고 음악 또한 한편의 멋진 시 낭송을 듣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