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린 시절 누군가의 손에 끌려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것은 어른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던 어린 곡예사 소녀와 불꽃을 돌리던 난쟁이 광대를 만나고 오는 날이면 그들이 며칠씩 꿈에 보이곤 했다. 세월이 흐른 후 잠시 잊었던 기억의 존재를 다시 찾고 싶었다. 어린 곡예사 소녀는 엄마가 된 후에도 여전히 그네를 타고 있었고 난쟁이 광대 역시 힘든 노구(老軀)로 무대를 지키고 있었다. 오랜 기억 속의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있음은 대단히 행복한 일이다. 이제 그 행복함이 혹여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 사진기에 붙들어 둔다. 여기 사진들은 93년 겨울부터 97년 여름까지 동춘을 비롯해서 천광, 대우, 비룡 등 국내 현존하는 4개 서커스단을 기록한 것이다.
곡예사 아침부터 간간이 흰눈이 뿌렸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공연은 시작되었다. 곧이어 쇼를 시작하겠다는 안내방송이 있었고 전자오르간에서는 흘러간 가요가 처량하게 천막극장 안에 울려 퍼졌다. 객석이라고 해봐야 맨 땅위에 왕겨가 깔리고 그 위에 돗자리가 몇 장 던져져 있을 뿐. 그래서 사람들은 객석 뒤편,
드럼통을 개조한 장작 난로 가에 옹기종기 모여 관람을 한다. 오늘도 객석이 거의 빈 한차례 공연뿐이었다. 이들에게서 겨울은 길고 지루한 것이리라 느껴진다. 어쩌면 이들은 동면하는 유일한 인간인지도 모른다. 지난여름 극장 안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우레 같은 박수소리를 기억하며 다가올 봄을 기다린다.
저자소개
사진가 국수용은 64년 전남 광주에서 출생했다. 한국의 서커스단을 취재한 '곡예사'로 94년 서울 파인힐갤러리와 광주 광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1년 <제1회포토저널리즘페스티발>에서 매향리 미군 폭격장을 다룬 포토에세이를 발표했고 사진집 '오래된 폐허'(매향리 이야기) 출판했다. 또한 87년부터 93년까지 7번의 그룹 사진전에 참여했다.
현재 프랑스 코스모스에이전시 소속으로 프랑스 마리끌레르(여성국극)와 독일 DIE ZEIT(남북이산가족상봉)등의 취재를 진행했다. 국내 매체로는 월간 GEO, 한국판 National Geographic, 대한항공기내지 Morning Calm, 아시아나항공기내지 Asiana, 메종, 에스콰이어, Haute, 현대자동차, 삼성그룹, LG, 한국통신, 한국전력, 보람은행 등의 홍보 브로셔 및 사외보에 기고했다. 최근에는 음악인 황병기, 유키구라모토 음반 재킷 사진작업을 했다.
목차
1-1.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1-2. 97년 4월 서울
1-3 97년 4월 서울
1-4 93년 12월 경기 금촌
1-5, 94년 3월 경기 안양
1-6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1-7 94년 5월 전북남원
1-8,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1-9 97년 6월 경남 남해
2-1 94년 5월 전북남원
2-2 94년 5월 전북남원
2-4, 94년 3월 경기 안양
2-5 94년 5월 전북남원
2-6 97년 4월 서울
2-7 97년 4월 서울
2-9 94년 6월 경남 남해
2-10 94년 5월 전북남원
2-11 94년 3월 경기 안양
2-12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3-1 94년 4월 서울
3-3 94년 4월 서울
3-4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3-5 94년 4월 서울
3-6 94년 4월 서울
3-8 94년 4월 서울
4-1 94년 5월 전북남원
4-2 94년 5월 전북남원
4-3 94년 3월 경기 안양
4-4 94년 3월 경기 안양
4-5 94년 3월 충남 대전
4-6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4-7 97년 6월 경남 남해
4-8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4-9 97년 4월 서울
4-10 93년 12월 경기도 미금시
4-11 93년 12월 경기 금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