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99년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저자의 세번째 소설집. 악마의 시대에 인간이란 존재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표제작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의 후속편.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80년대를 지나며 정치적 허무주의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간 군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눈'는 물신화로 치닫는 90년대의 광기에 주목하고 있다.
소설 모음집으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내 마음의 옥탑방'을 비롯하여 '말무리 반도', '내 혈관속의 창백한 詩', '어느 지하 생활자의 수기',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등의 작품이 실려있다.
현실에 대한 초월에의 의지는 박상우 소설의 영원한 모티프인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이처럼 답답한 현실을 넘어서고자 하는 어떤 의지적 몸짓 행위가 아닌 것이라면, 소설을 쓰는, 또는 읽는 의의란 무엇으로 주어질 터인가.
풍부한 낭만적 충동의 배음 속에서 소설적 상상의 열린 창을 매번 정열적으로 힘껏 열어제쳐 나가고 있다는 것이 그러니까 아직은 젊음의 감각을 잃지 않고 있는 작가 박상우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다면, 근래 들어 그의 문학적 무의식의 한켠은 한편 더욱더 이 참담한 현실로부터 근원적으로 빠져나갈 수 없음이라는 명제에 의해 사로잡히게 되는 듯하다.
현실 안에서 현실을 넘어서는 길이 글허다면 어떤 모습으로 주어질 수 있을가. 불혹의 나이, 고개를 저만치서 넘어가고 있는 작가의 문학적 행보가 못내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 한기(문학평론가.서울 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