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엔 부나비가 많다
난산 끝에 탄생한 콩트집입니다. 글을 쓰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었습니다. 사십 줄에 들어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는 참으로 큰 도박이었습니다.
한 보름씩 수염도 깎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밤낮 없이 써낸 책 두 권의 인세와, 월간지 서너 군데에 고정칼럼으로 써내는 글의 원고료로는 도저히 입에 풀칠도 못한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확인하고서야 또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습니다. 한 조직의 일원으로 몸담고 있으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부대껴야 끊임없이 글의 소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시(時) 테크만 잘 하면 틈틈이 짧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입니다.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편린들을 한 곳에 담아보고 싶어서 콩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재미가 솔솔 했습니다. 아마 한 30편까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30편이 넘고부터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곤 했습니다. 어휘, 문체, 묘사, 밀도, 구성 등…. 끙끙 앓으며 보낸 세월이 꽤 됩니다.
단편이나 중편으로 뽑아도 되는 소재도 많이 있는데 그냥 콩트로 한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스타트를 했는데 중간에 멈출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나오는 글들은 대부분 나 자신의, 아니면 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이 글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그려낸 상상의 산물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 나온 이야기란 뜻입니다. 써놓고 보니 보험회사 얘기와 사냥 얘기가 많았습니다. 아마도 전에 직장생활을 하던 곳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들을 별도의 장으로 묶었습니다.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내게 더 채워야 할 갈증이 남아 있고, 더 붙잡고 늘어져야 할 화두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끔 하릴없는 그리움이 왜 울컥 솟아오르는지, 또 가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왜 그리도 푸른지….
― 최용현, 책머리글 (하늘은 왜 그리도 푸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