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인 재즈
이 책은 저자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재즈 전문 월간지 《재즈피플》에 연재한 칼럼을 기본에 두었다. 동시에 《재즈문화사》(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를 쓰면서 정리해두었지만 문맥상 덜어내야 했던 글과 다른 곳에 기고한 칼럼도 함께 묶었다.
따라서 뚜렷한 하나의 흐름을 지닌 내용은 아니다. 주제별로 간략하게 짚어낸 내용이 주를 이루기에 인상적인 사진의 장면을 감상하듯 간결하게 정보를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알맞다.
그러면서 재즈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과 논의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음악이라는 보다 큰 장르의 개념에서 볼 때 음반으로 듣는 재즈가 다른 음악과 어떻게 다른지 소개하고, 녹음과 관련된 재즈 장르의 특징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재즈 자체로 집중하여 그것의 개성을 짧은 글로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블루노트에 관한 기술’에서는 블루노트에 관련된 조금 더 복잡한 견해들을 압축하여 소개하였다. ‘Take’, ‘인용과 저작권’, ‘복제된 삶’ 등에서는 재즈만의 독특한 특성과 낭만성을 위한 변호도 담겨 있다.
재즈의 역사를 살펴서 재즈의 원초적 정체성을 검토하고 미국과 유럽 간의 문화적 관계도 설명해준다. 그 가운데 어째서 비밥과 같은 재즈 장르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장르가 되었는지, 20세기 현대 음악 장르 중 하나인 재즈가 예술사에서 어떤 위상을 지니는지도 검토한다. 마일즈 데이비스를 향한 세밀한 관찰로 재즈의 의미를 끌어내는 점도 재즈라는 음악의 특징을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저자 개인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일반 애호가가 재즈에 접근할 때 느낄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준다. 전문적인 내용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무작정 어렵게 만들지 않고 일화 중심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칼럼집의 특성상 시시콜콜하게 논의되는 배경을 설명해줄 수는 없다. 그래서 일반 독자라면 Epilogue를 먼저 읽고 독서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전체를 그리고 나면 세부 논의가 어디쯤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전체와 세부를 아우르면서 책을 읽으면, 재즈의 특성과 개괄적인 흐름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열성 독자들을 위해 칼럼의 특성상 명기하지 못했던 자료 출처와 참조할 만한 출처 역시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본문의 흐름을 방해하지만 의미 있는 내용도 무작정 버리지 않고 주석으로 걸러내어 정리해놓기도 했다. 미주 자체가 이 책을 확장하여 보여주는 길라잡이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단순히 편하게 읽는다는 느낌을 넘어 재즈의 맥을 제대로 짚고 싶다면 주석을 참고해도 괜찮을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 책 나름대로 읽을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저자 이원희는 “때로는 통설에서 조금은 벗어난 주장도 있을 것인데, 기존의 대단한 비평적 성과 위에 저자만의 사소한 의견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하며, “그것이 재즈라는 생명체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 유용하다면 무척 기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