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
“우리가 보는 것은 세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인간의 시각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다. 현미경으로 보는 작은 세계와 망원경으로 보는 바깥 세계. 그리고 현미경과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2011년 제 52회 한국 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저술상을 수상한 이론 물리학자 이강영 박사의 두 번째 책인 『보이지 않는 세계』는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오직 현대 물리학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자, 중성미자, 쿼크를 지나 블랙홀, 암흑 물질, 다른 차원까지. 현대 물리학이 그 존재를 확인한 여섯 주제를 통해 우리는 “본다”라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1.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아름다운 물리학의 세계
인간은 정보의 대부분을 시각에 의존하며, 눈에 보이는 것은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분법적인 판단을 쉽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만약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존재를 알아 볼 수 있을까?
지난 수 세기 동안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더 작은 세계를 보기 위해 현미경을 만들어 미시의 세계를 탐험한 사람들과 관심을 무한한 우주로 돌려 망원경을 만들고 더 넓고 광대한 바깥 세계를 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우리는 이들의 노력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를 ‘새로운’ 방법으로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미경으로도 또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2.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입자 물리학의 세계를 다루며,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보이지 않았던 세계를 기구를 통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던 두 세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던 작은 세계는 현미경이라는 발명품을 만든 사람들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너무 멀리 있어서 볼 수 없었던 바깥 세계는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2부에서는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더 작은 세계를 다룬다. 원자, 중성미자, 쿼크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이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더 작은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과학자들은 이론의 벽과 함께 자신의 고독과도 싸워야 했다. 3부에서는 망원경을 통해서도 볼 수 없는 더 바깥 세계를 다룬다. 블랙홀, 암흑 물질, 다른 차원을 통해 21세기 현대 물리학이 다루고 있는 최신 연구 성과들을 소개한다.
현직 이론 물리학자가 이야기하는 이론 물리학의 세계는 우리가 마냥 어렵게만 느꼈던 현대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수식 없이(수식이 없다고 해놓고 어렵게 서술한 그런 책들과는 진짜 다른!) 역사와 인물을 통해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간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3. 이제, 당신의 “본다”라는 개념이 달라진다
현대 물리학은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인가를 말해 주는 것은 이론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혹은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 것일까?
『보이지 않는 세계』는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자, 중성미자, 쿼크, 블랙홀, 암흑 물질, 다른 차원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감각으로는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존재들이고, 따라서 소박한 고전적 관점에서는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대상이다. 우리는 이들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방법을, 즉 현대 물리학에서 다루고 있는 “본다.”라는 것의 의미가 무한히 확장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4. 저자, 책을 말하다
▶ 21세기 초 물리학계 최고 화두였던 CERN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를 다룬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이후 두 번째 책을 내셨습니다. 두 번째 책으로 이 책 〈보이지 않는 세계〉를 쓰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LHC〉를 쓰게 된 데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LHC〉를 쓰면서, 입자 물리학의 세계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문제를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입자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아니, 입자까지 가기 전에, 원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과학자가 아닌 사람에게 원자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이런 얘기를 꺼내 보았더니, 사람들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더군요. 입자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이 질문이 훨씬 더 복잡하고, 넓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 사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은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이는 세계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 세계들을 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책에 소개된 여섯 주제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세상에 무엇이든 “해야 할” 이유란 게 있을까요?
기초 학문이란 인간의 지식을 늘리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하는 일이지요.
이 책에 소개된 주제들은 보이지 않는 이유가 모두 다릅니다. 각각은 물리학에서 지금 현재 중요한 연구의 대상이지요. 그래서 이 책은 본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 물리학의 여러 중요한 개념들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서 인간이 무엇을 알 수 있는가 하는 질문, 즉 인식론을 깊이 생각하려면, 본다는 것이란 결국 물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물질세계에서 본다는 일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도 물리학자가 이런 지적을 해 두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과학자, 특히 물리학자들에게 있어 “본다.”라는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특히 입자 물리학의 경우, 우리가 보는 대상,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수준에서 반성하고 숙고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흥미로운 거지요.
▶ 과학자로서 저술을 하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두 번째 책을 집필하셨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한 집필을 하실 계획이신지요? 선생님께 있어 책을 집필하시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꾸준히’가 될지는 모르지만, 쓰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쓸 생각입니다. 실제로 책을 써보니 책을 쓴다는 것이 무엇보다 제게 굉장히 크고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리학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특히 물리학을 이해하는 일 자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즉 물리학에 대한 일종의 메타-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할 때, 언제나 일어나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옛 사람이 “가르치는 것은 가장 가혹한 배움이다”라고 했겠지요. 책을 진지하게 쓴다는 것은 저 자신을 지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무엇보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