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전
『조웅전』이 특이한 점은, 주인공의 탄생에서 기자(祈子) 정성이나 태몽이라든가 천상인의 하강과 같은 모티브가 전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군담소설들이 발단부에서 하나의 투식으로 기자·태몽이 제시되고, 주인공의 신분이 고귀하고 그 능력이 초월적임을 예시하기 위하여, 천상 선관 또는 ‘아무 별[某星]’의 적강(謫降)을 보이는 데 대하여, 『조웅전』에서는 이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배려인 것처럼 보인다. 그 의도적인 배려란 조웅의 비범한 능력이 선천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인 것이라는 강조하는 것이다. 『조웅전』의 전개 방식이 다른 군담소설류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편년체 서술 방식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거의 모든 고전소설이 어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현대소설과 역시간적(逆時間的)인 구성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경우란 드물어서 보통 순행적인 전개 방식을 취하므로 이것은 엄격히 말하면 편년체적 구성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편년체 서술 방식이라 함은 간지(干支)로써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고 있는 경우만을 말한다. 고전소설에서 이처럼 간지를 써서 사건의 진행을 나타내는 작품은 『화사』와 같은 역사체 소설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려운 것인데, 이와 같은 특징적인 수법을 작가가 쓰고 있는 것은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기』와 같은 역사서로부터 작가가 의도적으로 차용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리고 군담의 묘사에 있어서도 다른 군담소설에서와 같은 바람과 비를 부르고(呼風喚雨) 또는 범과 표범으로 변하는(作虎作豹) 것과 같은 도술전(道術戰)이 거의 제거되어 있어 덜 환상적이다. 요컨대 이상에서 말한 역사적 기술 방법인 편년체의 차용, 주관적인 작자의 목소리의 제거, 도술전의 제거 등은 』조웅전』의 작가가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