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 - 한설야 한국문학선집
부역 - 한설야 한국문학선집
현대문학 단편소설 시리즈
* 도서 구성 및 독자 대상
-첫째, (고품격) 현대 문법 정리(띄어쓰기 및 현대어 적용)
-둘째, 한국 근/현대 문학 대표작 선집(한국인 사랑하는 대표 단편소설)
-셋째, 국어 교과서 수록 작품(초/중/고등학생 및 남녀노소 필독서)
-넷째, 한설야(韓雪夜) 작가/작품 소개
* 한설야(韓雪夜)
(1900-1963) 소설가.
1925년 단편소설 '그 날 밤'을 '조선문단'에 발표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카프 창립 초기부터 가담하여 계급문학의 이론적 확립과 그 문학적 실천에 앞장섰다.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그 전후'와 '뒷걸음질' 등에 이르러서는 경향적 색채를 짙게 드러내 보이고 있으며, 당시 농촌의 현실인 빈궁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몰락해 가는 농촌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한설야는 1934년 다른 카프 문인들과 일경에 의해 검거되는데, 이 시기를 맞이해 일대 전환의 모습을 보인다. 즉 그의 작업은 삶의 구체성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형상화에 집중된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나는 작품이 1936년에 발표된 '황혼'이다. '황혼'에서는 당대 자본가의 삶과 노동자의 삶을 대조적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이후 여러 작품을 발표했고 월북 후에도 작품활동을 계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 부역
가을도 이미 깊었다.
엷은 구름떼가 금시 하늘을 덮었다가 자발없이 고작 또 헤어지곤 하던 수다스런 첫가을이 지나가고 요즈막은 줄곧 내리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홍수 뒤 거친 산지대(山地帶)로서는 분에 넘치는 좋은 일기다. 그러나 서릿발(霜氣)을 머금은 아침 바람은 소리 없이 대지를 스치고 사람의 뼈짬까지를 아삭바삭 핥는 것 같다.
방축 부역을 나가든 기술을 끼였든 팔짱을 죄어 올리며 오싹 몸을 떨었다. 그러며 그는 파란 하늘을 치어다보았다. 그리고 황량(荒凉)한 땅으로 다시 시선을 떨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거운 시름이 납덩이같이 지그시 대지를 내리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자기의 몸이 너무도 외롭고 조고만 것을 문득 깨달았다. 겹겹으로 내려 실리는 베차맞은 분위기를 헐치기에는 너무도 작은 자기의 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