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공포증
성큼 다가온 하나의 강렬한 장면. 어둠 속에 웅크린 아이의 잔상이 배수영 작가의 손가락 끝에서 이야기로 탄생했다. 인생에 드리운, 상처로 얼룩진 슬픈 인연이 그려내는 섬뜩한 메디컬 미스터리 《햇빛공포증》이 몽실북스에서 출간된다.
견딜 수 없어 자신마저 지워 버린 남자
모든 것을 잃고 복수만을 기다려 온 남자
경비행기 조종사 한준은 연인을 만나러 가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한다. 구조대가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몸에 쏟아진 강렬한 햇빛에 엄청난 고통과 정체 모를 기시감을 느낀 그는, 혼절하여 병원으로 실려 간 뒤 햇빛공포증이라는 희귀병을 판정받는다. 한준의 담당의 주승은 최면 치료를 통해 한준이 잊고 있던 유년기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고 치료가 거듭될수록 살아나는 과거의 악몽 때문에 한준은 점점 더 공포 속으로 내몰린다.
기억의 고통 속에 갇혀 버린 한준이 진정제의 여파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어느 날,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타난다. 며칠간 식음을 전폐해 수척해진 한준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이고 옷을 갈아입힌다.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 와 머리까지 감겨 주던 남자는 말한다. “제기랄, 이러다 정들겠어. 그런데 말이지, 너무 감동받진 마. 좀 친해졌다고 생쥐를 유리관에서 꺼내 주는 과학자는 없거든.” 남자는 쿡쿡 웃으며 한준의 몸을 말끔히 닦아 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