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참 낯선 일이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사랑이란 것이 있기는 한 것인가,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살아 온 일상에서 무뎌지기까지 한 감성이고 보면 어지간히 건조하고 답답한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내게 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러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그것이 아주 오래 전 기억 속에서 잠자고 있던 사랑이었음을.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제라도 만끽하며 살고 싶습니다.
혹자는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래요.
아닐 수도 있고, 내가 여전히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나는 내 속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에 감사한다는 것이지요.
마치 기적처럼 아련한 기억 속 꿈꾸었던 사랑, 잃어버렸던 사랑, 찾아 헤매던 사랑이 이루어지는 일이 내게도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세상 참 재미있고 살만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