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황제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2011년 겨울, 낯선 신인 하나가 문단에 나타난다. 작가는 약사의 신분으로 문단을 찾아와 '교육의 탄생'이라는 기괴한 단편을 투고하고는 강원도 원주라는 도시로 다시 홀연히 사라졌는데, 당시 작품을 받아든 「작가세계」는 작가만이 가진 이 기괴함을 신선함으로 받아들였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꼭 3년이 지난 지금, '자음과모음'에서 작가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집을 제대로 요리하기 위한 재료는 다음과 같다. 외계인, W시, 호화로운 카펫, 외국인(들)과 외국인 노동자, 국민교육헌장, 대형 마트, 그리고 라면.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소재들의 조합(혹은 혼종)이야말로 작가가 이 세계를 '이해해보려는' 방식이다.
나아가 이 요리, 그러니까 독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재와 근-미래 사이의 시차(視差)는, 아무렇지 않게 굴러가는 세계의 배후에 숨겨진 직조된 일상들, 즉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런 것들'의 비밀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새로운 서사적 레시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