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10대 소녀 나오, 104세 비구니 지코, 캐나다의 소설가 루스
그리고 죽고 싶어하는 하루키 2번과 이미 죽고 없는 하루키 1번
“사람과 사람은 ‘마법’처럼 연결되어 있다.”
읽고 나면 누구도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소설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는 시간의 흐름 속에 ‘마법’처럼 연결되어 있는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쿄의 10대 소녀 나오와 104세 비구니 할머니 지코, 캐나다의 소설가 루스, 그리고 죽고 싶어하는 하루키 2번과 이미 죽고 없는 하루키 1번을 주인공으로 시간과 존재에 대해 탐색하는 뭉클하면서도 단단한 소설이다. 십대 소녀가 “내 미래의 어디엔가 존재하는 당신”에게 쓴 편지를 태평양 저편의 소설가가 발견해 읽어나간다는 설정, 지진과 쓰나미, 실직과 따돌림, 분노와 폭력 같은 비극적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사뭇 흥미롭다.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는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마치 나를 향해 속삭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음미하고 싶어지는 아름답고 사색적인 문장, 빨려 들어가듯 미스터리한 이야기 구조 덕분이다. 현재인 루스의 챕터와 과거인 나오의 챕터가 병렬 배치되어 있는데, 두 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는 이야기는 나오의 실존 여부에 대한 궁금증과 루스가 나오에 대해 무엇을 알아내게 될까 하는 미스터리가 더해지면서 흡인력 있게 펼쳐진다. 특히 십대 소녀 나오의 문체가 매우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애처롭기도 해서 읽는 이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나오라는 소녀를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2013년 맨 부커상 심사위원장인 로버트 맥팔레인 또한 “우리 모두는 ‘나오’의 팬이 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정교한 구조, 속도감 있는 전개, 내밀하고도 보편적인 소재, 따뜻한 인간애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소설은 전 세계 30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13년 맨 부커상 최종후보였으며, LA 타임스 소설상과 영국독립서점협회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톨스토이 재단이 21세기 최고의 외국소설에 수여하는 ‘야스나야 폴라냐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