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콜로세움(제7회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제 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인류는 멸망하고 그들이 만들었던 오토마타가 지배하는 미래의 세상 비시스. 오토마타들은 논리적인 갈등이 생길 경우 인간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검투사’를 내세워 콜로세움에서 1대 1의 전쟁을 벌인다. 그 대결에서 이긴 검투사가 속한 지역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되는데 전쟁의 대상은 거의 모든 것이 될 수 있었다. 제로블럭은 오토마타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전쟁 대상이 된 적이 없는 중립 지역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지역의 전쟁 선포를 받게 되자 급하게 구한 유전 정보에 오류가 생겨 검투사를 만드는 데 실패한다. 시간에 쫓긴 제로블럭의 관리자 아이는 폐기물 속에 있던 인간의 시체에서 유전 정보를 추출해 사람을 부활시킨다. 그렇게 해서 죽은 뒤 300여 년이 지나서 되살아난 그림은 전직 서커스단의 맹수 조련사였다. 스스로를 그림이라고 부르는 그녀는 인간이라곤 자신 밖에 없는 미래에 반발하여 전쟁을 거부한다. 하지만 자신의 트레이너인 벨과의 거래를 통해 상대가 되는 검투사와 대화를 하는 조건으로 훈련을 받고 전쟁에 참여한다. 그리고 약속했던 대로 대화의 기회를 잡는다. 그녀와 달리 다른 지역의 검투사는 유전 정보를 조작해서 만든 싸움밖에는 모르는 괴물일 뿐이었다. 이에 낙심한 그림은 전쟁에서 승리한 후 허무함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지만 벨에게 설득 당해 ‘혹시라도 어딘가 살아 있을지 모를 인간’을 찾기 위해 검투사로서 계속 전쟁에 참여하면서 승리를 이어간다. 하지만 비시스의 통치자 리오그란데는 술수를 부려서 제로블럭을 무너뜨리고 그림과 벨은 도저히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그 까닭을 알게 된다. ‘세상에 남은 것이 정말로 자기 하나 뿐일 때 과연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 데에 집중한다. 어떻게든 다른 생존자를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림과 완전히 절멸해버린 사람의 문화에 집착하는 리오그란데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찾으려는 벨의 이야기를 통해 무의미한 따라하기에 함몰된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