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테이샤 1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소녀.
지루한 일상에 자극을 주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 예쁜 실버블론드의 머리카락와 청록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나 좀 납치해 줘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리에는 매력적인 그 아저씨와 소녀밖에 없다.
"저기…, 아가씨?"
"당연히 거절하겠죠? 거절할 것 알고 있어요."
나의 말에 그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난 그의 표정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냥 내 인생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 해본 말이었어요."
한마디로 쳇바퀴처럼 굴러 가고 있는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삶에 잠깐의 일탈을 꿈꿨다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그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예쁜 청록색 눈동자를 보고는 내 모습을 볼 생각은커녕 그냥 멍해져서 생글생글 웃어 버렸지만.
"그냥, 죽기 전에 한번 이런 행동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 죽기 전에 이렇게 멋진 남자에게 반드시 말을 걸어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죽으러 가는 건 아니다. 그저 죽어 가고 있는 것뿐이지.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이상하다.
"나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니에요."
"네, 들었어요. 아까 그랬잖아요."
새삼스러운 그의 말에 헤실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는 내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 이 세계 사람도 아니에요."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루한 삶에서 일탈을 꿈꾸던 소녀의 진짜 '특별한 일탈'이 시작된다.
* * *
"나의 [에르테이샤]가 되어 줘요."
"…[신과 함께하는 자]요?"
"네."
"무슨 일을…, 하면 되는데요?"
이건 허락이나 마찬가지의 말이었다. 도저히 그의 슬픈 눈을 보며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비틀어 버렸던 차원을 다시 되돌릴 거예요. 차원은 되돌릴 수 있지만, 그들의 싸움에 내가 직접 끼어들어 막을 수는 없어요. 이건 세계를 이루는 규칙이니까요."
"저, 지오? 나에게도 그들을 말릴 능력은 없어요."
그는 지금 내게 그들의 ‘싸움’을 말려 달라 말하고 있었다. 어색하게 웃는 나를 보면서, 지르오디스가 부드럽게 웃었다.
"당신이라면…, 괜찮아요."
"에?"
조심스럽게 그가 나의 이마에 입 맞추었다. 따스한 빛이 나를 감쌌다. 그의 따스한 청록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신]인 나의 슬픔조차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괜찮아요."
저자 : 이상인 (cuki.L)
피어나는 92년생. 마음만큼은 만인의 언니이고 누나이고 여동생이고 딸인 개방적인 여자. 여성스러운 여자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상여자'이기 위해 나름 조신하게 웃는다던가 손수건이나 물티슈 등을 들고 다니며 노력하고 있는 중.
팬카페 : http://cafe.naver.com/lovecukil/
* 출간작
『페오엠브』
『희구』
『해밀』
『에르테이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