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업
자아실현과 자아 좌절의 굴레인생에서 합의 가능한 지점이란 게 있을까첫 번째 단편집 『책물고기』를 선보인 지 7년 만에 글항아리 '묘보설림' 시리즈 스무 번째 책으로 왕웨이롄의 『생활수업』이 출간되었다. 8편의 단편으로 묶인 『생활수업』은 고독, 불안, 결여, 환상을 엮어 왕웨이롄이 벼린 생의 감각을 드러내며 삶의 근본적인 생활문제를 들춰본다. 그가 천착한 '생활'이라는 소재는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하다. 그러나 그는 일상에 불편하게 끼어 있는 이물감을 포착하여 '생활'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헤친다. 사소한 생활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과 반복된 노동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청춘, 열정도 미래도 불투명한 '나'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현대인의 채워지지 않는 공백과 정체성 결여를 통해 개인에게 주어진 생활문제를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환기한다. 그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선뜻 긍정할 수 없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서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정도正道를 비껴난 인물들을 통해 삶의 다른 면을 인지하게 한다. 그는 지나칠 수도 있는 “생활”의 틈을 포착하여 우리 일상의 지형을 새로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