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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라인 GREEN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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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라인 GREEN LINE

저자
김남훈, 류병학 저
출판사
케이에이알
출판일
2023-08-06
등록일
2023-10-3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94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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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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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남훈’ 하면 나에게 무엇보다 ‘청테이프’가 떠오른다. 그러니까 내가 2000년 초경 한성대학교 예술대학 홍명섭 교수의 초대로 미술실기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미술실기실에서 일명 ‘청테이프-작품’을 본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청테이프-작품’은 모든 것을 청테이프로 ‘도배’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의자나 옷뿐만 아니라 집 전체를 청테이프로 ‘도배’한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강박에 가깝도록 집요하게 청테이프로 모든 사물을 ‘도배’해 버리는 학생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홍 교수는 나에게 ‘청테이프-작품’을 하는 학생을 소개해 주었다. 그가 바로 김남훈 작가였다. 따라서 난 김남훈 작가를 미대 학생 시절에 처음 만난 셈이다. 그리고 미대 실기실에서 그의 ‘청테이프-작품’을 처음 보았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청테이프-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었다. 그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해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당시 우리는 지하실 집에서 거주했습니다. 추운 겨울철에는 연탄을 사용했습니다. 그해 크리스마스 날 밤 눅눅하고 냉기 가득한 그 지하 방에서 저는 두 누이를 잃었습니다.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합니다. 그 지하 방은 창틀 사이사이에 새어 나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청테이프를 꼼꼼히 구석구석 발랐었습니다. 저에게 그 퀴퀴한 지하 방의 시각적 기억은 창틀에 발라진 청테이프가 유일합니다.”

나는 김남훈의 ‘청테이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었다. 그런데 그는 연탄가스로 두 누이를 잃게 한 창틀 사이사이를 막은 청테이프를 통해 교통사고로 죽은 이를 ‘감싸는’ 작업을 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어린 시절 기억의 청테이프는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창틀뿐 아니라 찢어진 장판, 아버지가 읽으시던 책 겉표지에도 연기 나는 연통 사이 틈에도 항상 청테이프가 발라졌습니다. 저에게 있어 청테이프는 어떤 보호제, 보호막 역할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김남훈은 이후 일명 ‘그린 라인(green line)’이란 이름으로 버려진 물건이나 철거될 건물 그리고 벽의 균열 또한 가뭄으로 갈라진 땅의 균열 등 다양한 ‘상처’들에 청테이프로 ‘치유’하는 작업을 한다. 그의 ‘그린 라인’은 1999년 시작되어 독일 유학 시절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귀국하여 2019년까지 지속한다.

물론 김남훈은 그 사이에 일명 ‘평생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02년부터 작가 자신의 몸에 생겨난 상처를 기록하는 행위를 한다. 이것은 <상처 지도>(2013), 영상작업<흔적, 2017>이 된다.
그리고 도로의 사고 흰색스프레이선과 철거된 건물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2008년부터 철거된 건물의 잔해를 수집하게 되는데 이것은 물에 담긴 수족관 안에 철거된 건물로부터의..........

물에 담긴 수족관 안에 철거된 건물로부터의 잔해들과 포비돈 요오드와 플루오레세인 나트륨를 섞은 <회복(recovery)> 시리즈(2011-2013), 길 위에 버려진 사물들을 수집하고 기록한 <온 더 로드(On the road)> 시리즈(2009~), 그것을 수족관에 넣어 재배열하고 플루오레세인 나트륨으로 가시성을 드러내는 장소가 작품 제목이 되는 뮌스터(2013)와 그 후 여러장소의 시리즈(2013~), 그리고 다시 수족관에서 액자의 형태로 변형되어진 ‘관측된 오브제들’ 시리즈(2019)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김남훈은 그 이외에도 독일에서 방치된 건물을 기억하는 영상작품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2011)와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길거리의 잡초들에 ‘생수’를 주는 행위를 담은 단채널 비디오 작품인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Maybe that's nothing special)>(2012), 생활 속 여러 종류의 뜯겨 나간 포장 끄트머리를 수집한 <사소한 기록>(2014), 버려진 의자들과 유리 그리고 포비돈 요오드 등으로 연출한 설치작품 <나약함에 관한 자기 진술>(2016), 폼보드 위에 여러 종류의 작은 날벌레들을 수집한 <18911 죽음의 열거>(2017) 등도 작업한다.

김남훈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일명 ‘모스부호(morse code)’ 작업을 한다. <모스-꽃>(2016) 그리고 실내버전 <모스-나를 잊지 말아요>(2016)와 실외버전 <모스-나를 잊지 말아요 ver.1.3>(2017), <모스-별>(2017)과 <단지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뿐이야>(2-018) 또한 <모스-바다>(2019)와 <모스-바다 ver.2.0>(2022)이 그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김남훈의 ‘그린 라인’을 전후한 작품세계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따라서 나는 그의 ‘그린 라인’ 작품은 물론 ‘그린 라인’이 태동하기 전인 미대 시절의 작품들과 ‘그린 라인’ 이후의 작품들까지도 살펴볼 것이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적 맥락 안에 소외된 무엇을 단지 더듬어 보는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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