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이렇게 이상하게 살아도 괜찮을까?”
이상해도 불안해도 괜찮은, 부드러운 위로의 시간
김희진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얼마나 이상하든』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옷의 시간들』 『양파의 습관』 『두 방문객』 등을 통해 이별로 인한 상실과 결핍,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꾸준히 조명해왔다. 신작 『얼마나 이상하든』에서는 더욱 깊이 있고 생동감 넘치게 다양한 삶과 관계의 형태를 그려낸다.
소설은 강박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정해진’이 일하는 ‘불면증 편의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한결같이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고, 내면에는 남들은 쉽게 알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상처는 단지 특이한 돌출이나 우울한 침체로 그치지 않고, 결핍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을 사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슬픔과 희망을 함께 품고 살아가는 개성적인 사람들, 그리고 아주 특별하게 이상한 한 존재를 통해 작가는 ‘이상함’이란 정말로 어떤 것인지 묻는다. 그를 통해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평범함’의 틀에 얽매이기 쉬운 우리에게 부드러운 위로를 건넨다.
어제가 괴로워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꾸는,
쉼 없이 생동하는 삶의 이야기
『얼마나 이상하든』은 삶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리 상처받아도 우리는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야만 한다. 작품의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정해진’은 과거에 일어난 사고 트라우마로 강박증에 시달린다. 매일 아침 규칙적인 순서로 씻고, 낡은 목조계단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가장자리만 밟는 등 스스로 정한 루틴을 최대한 지키며 살려 한다. 남들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불편하고 이상한 삶의 방식이다.
나는 그날 이후 내가 정한 어떤 질서 안에서만 안정과 안도를 느꼈다. 정해진 테두리를 벗어나면 뭔가 께름칙하고 불안해졌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거야! 라는 강박적 사고와 불길한 암시가 따라다니는 것이다.(10쪽)
그녀의 주변 인물들도 그렇다. 해진이 일하는 ‘불면증 편의점’ 사장은 불면증에 시달린 나머지 편의점 체인을 확장해서 밤새워 일하고, 편의점 단골인 영국 남자는 한국에 잠깐 놀러 왔다가 갑자기 비행기를 못 타게 됐다며 아예 눌러살고 있다. 그리고 너무 게을러 코앞의 편의점도 꼭 배달을 시켜야만 하는 극작가, 우체통에 매일 같이 편지를 넣는 초등학생, 수녀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동갑내기 친구까지. 해진의 곁에는 언뜻 보기에 왜 그러는지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해진에게는 긍정적인 공통점도 있다. 바로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하루하루 영 다를 것도 없고, 한발 나아가기란 힘에 부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일상을 괴롭히는 불편하고 나쁜 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쉽게 바뀌는 일이 없으니까. 여전히 평범하게 이상한 나날을 보내는 해진에게 갑자기 엄청나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형체 모를 존재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심심하고 쓸쓸해서 그러는데, 저랑 놀아줄래요?”(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