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왜 KBS 2TV <남자의 자격>에 열광하는가?
포털사이트 다음 우수 블로그, 방문자 140만의 블로거가 말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들키고 싶은 속내 이야기!
남자들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요?
도대체 생각이라도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대한민국 남자들 측은지심마저 느껴져요.
평균 나이 40.6세, 이 남자들이 사는 법
어느 날 텔레비전의 주말 예능프로그램에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MBC 방송국이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등이 황당하고 기발한 과제를 좌충우돌하면서 수행하는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 역사를 장식했다. 그러자 KBS 방송국은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등으로 무장한 <1박 2일>을 내세워 <무한도전>과 맞짱 뜨면서 당당하게 시청률 40%를 차지했다. 이에 질세라. SBS 방송국도 유재석, 이효리, 윤종신 등을 출연시킨 <패밀리가 떴다>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양대 산맥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런 와중에 생뚱맞은 리얼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이 또 하나 등장한다. 아저씨 버라이어티쇼 <남자의 자격 :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될 때 그 성공을 반신반의했다. 그저 웃고 즐기는 수많은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데다, 같은 프로그램《해피선데이》의 다른 코너인 <1박 2일>이 무한인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등을 중심으로 한 평균 나이 40.6세, 시쳇말로 노땅 아저씨들의 출연은 대중성을 얻을지 더욱 미심쩍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남자의 자격>은 방영 3주만에 25%대라는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아저씨 버라이어티쇼’라는 별명을 얻게 된 <남자의 자격>은 이제 더 이상 ‘단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놀라고 당황하는 출연자들의 모습, 어떻게든 위기에서 빠지려고 애쓰는 비겁함, 때론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열정, 난관에 부딪혔을 때의 나약함 등. 어느새 일곱 명의 아저씨들에게 감정이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평균 40.6세의 남자들의 좌충우돌 행동에서 그동안 바쁘게만 살아오면서 새까맣게 잊어 버렸던, 혹은 애써 지워 버렸던, 혹은 가슴속 깊숙이 묻어 두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목구멍까지 차오를 정도로 주체할 수 없다. 그들이 사는 모습은 2010년 대한민국 남자들이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저씨 버라이어티쇼 <남자의 자격>의 색다른 버전을 책으로 만나다
출연자들의 프로필은 대단하다. 예능의 달인 이경규와 개그맨의 신화 김국진, 록의 전설 김태원, 대학교수를 겸하는 개그맨 이윤석,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주연급 배우 이정진과 김성민, 개그콘서트의 호프 왕비호 윤형빈. 하지만 텔레비전에 비치는 그들은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여기에는 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설정이 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 ‘남자들은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 ‘그렇게 높게 보이던 아버지가 돼버린 후 그들은 과연 아버지다운가’ ‘도대체 남자들의 뇌 속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어른 같기도 하지만 마냥 어린애 같은 남자들’ ‘늑대처럼 보이고 싶은 강아지 같은 남자들의 모습’ …….
남자로서 산다는 것은 참 힘들고 버겁다. 남자의 말 못할 속내를 이 프로그램은 솔직담백함을 넘어 노골적으로(때론 유쾌하게 때론 가슴 찡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아저씨 버라이어티쇼 <남자의 자격>은 프로그램 제목에 걸맞지 않게 3~40대 여자(주부)들이 더 즐겨 본다. 남자들이 일곱 명의 주인공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면, 여자들은 자신의 애인 혹은 남편에게 대입해본다. 비로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남자들의 뇌 속을 가늠하게 되고, 측은지심마저 느껴지던 애인 혹은 남편이 色다르게 보인다.
저자는 그냥 재미삼아 다음 블로그 ‘골방 구석탱이http://blog.daum.net/goorabrain’에 평소 즐겨보던 아저씨 버라이어티쇼 <남자의 자격>에 대한 감상을 올리면서 인기를 야금야금 얻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 블로그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2009, 2010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리면서 조회수 140만을 넘겼다. 다음 블로그에 연재된 글들을 새롭게 구성한 이 책은 KBS 2TV 아저씨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 :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에서 못다 한, 여자들이 알고 싶어 하거나, 사실은 은근히 들키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속내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균 나이 40.6세 - 7인 7색 남자의 자격
지천명의 이경규 세대 : 그들은 든든한 울타리였다.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었으며,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었고, 눈비를 피하게 해 주는 지붕이었다. 시대는 바뀌었고, 어느샌가 그들의 경험과 지식은 구닥다리가 되어 버렸다. 그들이 일구어 놓은 실적들마저 시간 속에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새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직장을 떠날 것을 요구받는 처지가 돼 버렸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지천명의 레전드가 되어 귀환한다.
롤러코스터 인생을 산 김국진 : 얼핏 키도 작고 말랐다. 왜소하다. 남자답기보다 아직도 귀엽다는 말이 어울린다. 그러나 그는 강하다. 물론 항상 강한 것은 아니다. 시쳇말로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포지하지 않았다. 진정 남자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국민할매 김태원, 약하지만 강하다 : 그는 항상 도전에서 뒷걸음질 쳤다. 한마디로 비겁했다. 하지만 비겁함도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자존심보다, 자신의 명예보다, 자신의 긍지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아내이고 자식이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는 자신의 자존심을, 명예를, 긍지를 한구석에 과감히 접어놓았다. 그는 남자 이전에 남편이었으며 아버지였다.
국민약골 이윤석, 남자가 되다 : 그는 소심함, 나약함, 완고함, 고루함의 대명사다. 웃기지도 않는다며 참 욕도 많이 먹는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남자로서 갖추어야 할 미션을 정직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수행한다. 몇 번이고 포기할 것만 같은 순간에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국민약골 이윤석은 비로소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
봉창 씨! 김성민 : 그는 밉상이다. 너무 잘나서 밉상이고, 너무 잘해서 밉상이고, 너무 설쳐서 밉상이다. 그래서 잘해서 욕먹는다는 말이 있다.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와 같다. 하지만 그는 단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천진무구한 아기다. 호기심 가득한 남자다. 어떤 일에서도 항상 긍정적인을 말을 내뱉는다. “그래. 꼭 한번 해 보고 싶었어!”
비덩 이정진, 착한 예능을 선보이다 : 비주얼 덩어리, 이정진. 그는 말보다 얼굴로 먹힌다. 굳이 웃기지 않아도 모든 여성들을 그 앞에, 텔레비전 앞에 멈춰 서 있게 만든다. 그런 그가 각본 없는, 꾸밈없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예능을 선보여야 한다. 비덩 이정진은 인류의 진화는 남자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여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명언을 증명한다.
왕비호 윤형빈, 마스카라를 지우다 : 각본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개그콘서트>의 톱 개그맨 왕비호는 교체 멤버에 지나지 않았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하라면 이보다 더한 것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알고 지켜나갔다. 잘나가는 왕비호가 아닌 신참내기 윤형빈을 택했다. 그는 항상 초심을 먼저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남자를 말하다
남자는 사랑으로 결혼하고 의리로 산다 : 이외수가 결혼에 대해 한마디씩 정의해 보라 하자 김태원은 말한다. “결혼은 의리다.” 남자란 원래 그런 동물이다. 고마워도 고맙다 말을 못하고, 사랑해도 사랑한다고 대놓고 말을 못하고, 미안해도 미안하다 말을 못한다. 말도 못하면서 그저 알아주기만 바란다. 믿음이다. 아내가 자신을 믿듯이 남편도 아내를 믿는다. 그게 의리다.
Fly to the sky : 남자들은 왜 죽이고 부수는 것에 관심이 많을까? 남자는 죽이는 것에 관심이 없다. 단지 힘에 대한, 강함에 대한 동경이 있을 뿐이다. 본능적으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강해야만 한다. 그 힘에 대한 동경은 하늘에서 무서울 게 없는 전투 조종사라는 로망을 만들었다. 비로소 남자는 느낀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이건 오로지 내 세계이다. 우주와 나만이 있는 것 같은…….’
설렐 수 있음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이다. 아니, 사춘기 소년이다. 단지 주위의 시선과 환경으로 인해 자기를 억누르고 어른의 흉내를 낼 뿐이다. 그러기에 순수하게 좋아하고, 순수하게 욕망하기에 대담해질 수 있고 수줍어할 수 있다. 왜? 설레기 때문이다. 설레기에 살아 있다.
아빠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다 : 아빠는 아이가 태어나서도 한참을 자신이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과연 이 아이가 내 아이인가, 라는 불순한 의문마저 생긴다. 그런 아이를 보살핀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 비로소 남자는 자신이 아빠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나의 영웅, 아버지 : 신은 아버지고 아버지는 신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전지전능해야 한다. 어릴 때 높게만 보이는 아버지의 등. 그는 나의 영웅이었다. 그래서 난 훌륭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아니, 나는 남들보다 훌륭한 아버지가 될 줄 알았다. 이제 아버지가 될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벽은 여전히 높고 가파르다.
삼촌팬, 걸그룹을 찬양하다 : 김태원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진짜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어요. 어른인 척하는 거지.” 그래 맞다. 남자는 어른의 의미를 알기도 전에 어른이 될 것을 강요받는다. 점잖아야 하고, 진중해야 하고, 침착해야 하고, 근엄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른 남자들은 아이돌 걸그룹에 환장한다. 늦바람 무서운 줄 모른다고, 걸그룹 콘서트에서 야광봉을 힘주어 흔들고, 소리도 지르고 열광한다. 왜? 어른인 척 했던 가슴이 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