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 왼쪽 방 남자
「이층 왼쪽 방 남자」는 어머니를 버린 아들의 이야기다. 생활비에 쪼들리는 주부가 2층 방 하나를 친구 동생에게 4개월 동안 빌려줬다가 2백만 원의 돈을 받는다. 자기 손으로 한 번도 돈을 벌어 본 적이 없는 ‘나’는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입대하고 비어 있는 2층 방을 벼룩시장에 광고를 내어 세를 놓았고, 얌전하고 착한 독신 남자가 들어왔다. 그러나 남자의 물건이 ‘나’의 집에 쌓여 갈수록 ‘나’는 왠지 모르게 속이 뒤집히며 불편함을 감추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세든 남자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온다. 누나 내외가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잠깐 데려온 것이라고 했지만, 며칠 후 세든 남자는 중국 출장을 간다며 돈이든 서류뭉치를 ‘나’ 에게 맡기고 떠났다. 그러나 그 남자는 날이 가고 달이 가도 돌아오지 않는다. 늙은 어머니를 버리고 달아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나’는 방 세놓은 것을 후회하며 포기하게 되고, 결국 꼼짝없이 ‘나’ 가 노파를 떠안고 함께 살게 된다.
「평화를 빕니다」는 50대 부부가 맞바람을 피우면서 아무렇지 않은 가정을 꾸미고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파죽지세의 난」은 한 지방의 여고 동창들이 서울로 진출, 자리를 잡자 계를 만들어 자매들처럼 지내다가 50대가 되면서 산산이 쪼개져 버리는 이야기다.
유선희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여러 가지 인정세태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들은 세태소설의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작가는 사회의 무거운 진실들을 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해피엔딩을 지향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