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황진이
TV 드라마 '황진이' 원작소설 . 조선시대 명기 황진이의 입을 빌어 황진이 개인의 전설적인 삶 뿐 아니라 그 삶을 낳았던 화담, 그리고 송도를 위요한 조선중기의 문화지형을 그린 역사소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황진이의 마음으로 16세기 지식인들의 사상적, 미적 성취를 살피고 그들의 고뇌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황진이를 주인공이자 화자로 한 소설과 '역사와 소설의 포옹'이라는 부제를 단 주석판을 동시에 출판한 것이 몹시 특이한 도전으로 읽힌다.
소설에는 황진이의 내밀한 심경을 형상화한 백범영 화백의 수묵화 60여 점이 수록되어 있고, 주석판에는 소설 「나, 황진이」의 창작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6백여 개의 주석과 작가의 창작보고서, 소설 창작의 밑거름이 된 관련문헌 등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그림과 소설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주석판에서는 야사 위주의 짜깁기로부터 탈피하여 철저한 고증과 문체미학을 추구하는 역사소설의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였다. 중종시절 송도의 명기 황진이는 역사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아온 인물. 한쪽에서는 여러 남자를 섭렵한 재주 있는 기생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조선 중기 여성의 한계를 극복한 대표적인 인물로 칭송하며 서경덕의 제자이자 화담학파의 대모로까지 평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황진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전자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 황진이는 신분상 문집을 만들 형편이 아니었고 다른 사대부 문인처럼 행장에 근거하여 정확한 일생을 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조선왕조실록>에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처럼 관련기록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역사적 접근이 불가능했고, 그러다 보니 야담에 근거한 소설 속 모습이 황진이의 실체로 굳어졌다. 작가의 말처럼 '누구나 황진이를 알지만, 아무도 황진이를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