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
“나도 이제 스캔들에 지쳤어. 나이도 찼고, 그냥 우리 둘이 결혼해서 독립해 사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살자.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서로에게 딱 좋은 조건이잖아.”
“좋은 조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 제정신이냐?”
“좋잖아? 한집에 사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서로 간섭하지 말자고. 내가 처음 계획했던 거와 뭐 많이 비켜가기는 하지만 이것도 괜찮은 방법인 거 같네.”
“처음 계획했던 건 도대체 뭔데? 도대체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나타난 거야?”
“그냥 약혼식만 올리고 있다가 소문이 잠잠해지면 파혼으로 끝내려고 했지. 너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면 사람들은 뭐 그냥 '저 놈 까불더니 차였군' 하고 생각하고 말 거 아냐.”
“날 완전히 나쁜 년 만드는 스토리네.”
“너 그렇게 할아버지 어려워하는 거 보니까 약혼 뒤에 파혼은 어림도 없겠고 그냥 결혼하자. 어차피 일 년 뒤에 할아버지가 소개 시켜주는 남자하고 무조건 결혼할 생각이었다며. 적어도 난 아예 모르는 사람은 아니잖아.”
“내가 너에 대해서 아는 게 뭐 있다고.”
“넌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서 평생 썩을 필요 없고 나도 이제 더 이상 스캔들 없을 거고.”
“넌 결혼이 장난이니? 결혼한다고 나던 스캔들이 안나?”
“난 가정적인 남자거든. 그리고, 할아버지가 맺어주는 사람과 무조건 결혼한다는 네가 더 결혼을 장난으로 여기는 거 아냐? 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서로에게 좋은 조건이잖아. 나 그렇게 못난 놈 아니고, 너도 그렇게 남자한테 의지하고 기대면서 목매어 살 여자로 보이진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은은 지혁을 쳐다보며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진짜 자유는 보장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