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그 두번째 이야기 1
승우가 자신의 생을 바쳐 사랑했던 여자 미주는 '슬픔이 퍼뜨리는 사랑의 향기'를 남기면서 숨을 거둔다. 승우는 그녀가 오리온성좌에 올라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분명히 죽었지만, 승우가 살아 있다고 믿는 것처럼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다시 아름답게 부활한다. 사랑하는 남자, 승우의 입술 위에서, 친구인 정란의 눈동자 위에서, 그리고 사랑스런 딸아이 주미의 귀여운 손짓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미주의 목소리는 작품 곳곳에, 국화꽃 향기처럼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진다. 산 자를 회유하는 것이 죽음에 당면한 자들의 숙제라면, 미주는 그 삶의 숙제를 완전하게 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기억 속에 '살아'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슬픔과, 고통을 한번에 넘어서는 사랑과 기억의 힘일 것이다.
승우는 '자신의 가슴 쪽으로 담쟁이 잎처럼 뜨겁게 뒤에서 감아 오르는 영은의 손'이 분명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녀를 향해 돌아선다면. 저기 명징하게 빛나는 오리온성좌'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미주가 슬퍼할 것임을 깨닫습니다. 이처럼 이 소설 속에서 사랑은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진행되고 향기롭게 퍼져 나갑니다. 승우에 대한 정란과 영은의 거역할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미주를 향한 승우의 지고지순하고 곡진한 사랑. 마침내 영은과 정란은 미주를 향한 승우의 순정한 사랑을 깨닫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아무도 상처받지 않습니다. 세상엔…… 아무리 애써도, 아무리 간절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것을. 어쩌면 사랑은 직선이 아닐까. 상황에 따라 굽는 게 아니고 오직 빛처럼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게 아닐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어쩌면…… 사람 생명이 하나이듯이 사랑도 단 하나인지도... 이 세상에서의 사랑이 꼭 하나인지도……
사랑하던 사람은 먼 길로 떠났지만 아직 사랑은 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사랑하고 가슴 아파하고 눈물 지었던 100만 독자의 감동도, 그 도가니 속에 고스란히 눈물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은 끝나지 않았고, 끝나서도 안 되고, 끝날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