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 「세계편」은 힘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힘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그 힘 때문에 주위로부터 격리 또는 소외당한 사람들을 모아 세계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악의 집단과 퇴마사들과의 투쟁이 밀도있게 그려진다.
『퇴마록』은 정식으로 문학수업을 받지 않은 아마츄어 작가에 의한 소설이고, 통신이라는 장을 통해 발표된 대중적인 글이다. 문학적 완성도나 기타 등등의 측면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으나,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통신 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통신 문학이라는 것이 특기할 만 점이다. 특히 전설과 현실, 사람과 귀신 등의 소재의 특이함과 시간과 공간 등의 제한을 파격적으로 허물고, 저자 말대로 재미에 바탕을 둔 이야기 꾸밈을 시도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생소한 소재와 극적인 반전, 상식을 뒤엎는 사건들의 전개, 긴장감을 자아내는 추리적 구조 등이 흥미를 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서소옥)
저자소개
심심해서 장난 삼아 컴퓨터 통신에 소설을 올렸다가 인세 수입만 20억원을 넘는 밀리언 셀러를 탄생시킨 공학도! 데뷰작이자 출세작인 <퇴마록> 이전에는 습작도 써 본 적이 없었다. 문학과의 인연이라고는 대학 때 문학 동아리에 가입했던 경력이 전부. 그나마도 활발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장난 삼아 올렸던 <퇴마록>이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이거 장난이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대형서점에 달려가(당시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없었음) 신화나 전설, 귀신에 관한 책 수십 권을 샀다. 같이 갔던 후배가 눈이 휘둥그레졌음은 물론이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생으로 인생의 앞길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그가, 심심 풀이로 통신에 올린 소설을 더 잘 쓰기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사들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때의 순발력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꿨다. 그의 연재 소설은 날이 갈수록 인기 폭등, 어쩌다 이우혁이 하루라도 글을 거르면 수도 없는 전자메일이 올라왔다.
'나는 퇴마록을 보는 재미로 사는 사람인데 왜 글을 올리지 않느냐'는 애정 어린 편지 공세가 줄을 이었던 것이다. 이우혁에게 푹 빠진 '마니아'까지 생겨날 정도로 통신 공간에서 그는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컴퓨터 통신은 그에게 평생의 연분까지 맺어줬다. 그와 아내와의 나이 차이는 열 한 살. 어느날 컴퓨터 통신 이야기방에 들어 갔더니 아는 남자가 있어서 뭔가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직접 만나서 결론을 짓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엉뚱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의 아이디를 빌려서 이우혁과 이야기 하다 직접 만나려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토론은 계속되었고 결국 다툼에까지 이르렀지만, 싸우다 정 들어 결혼까지 했다.
1993년 7월 하이텔에 『퇴마록』 연재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이우혁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 그렇다고 전업작가가 되어 글만 쓴 것은 아니고, `혁네트`라는 IP업체를 차려 『퇴마록』을 소재로 한 머드 게임을 개발하는 수완을 보였다. 1998년 영화화 된 『퇴마록』은 짭짤한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이우혁은 속필이다. 『퇴마록』 2권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는 단 20일 만에 써냈다. 사전에 150여 권의 관련 서적을 탐독한 데서 얻어진 탄탄한 뒷 배경과 밤을 새워 글을 써대는 치열함이 속필의 비결이다. 은유나 문어체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축약어나 대화체를 주로 쓰는 점은 그의 글이 가지는 특징이다.
문학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는 예술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대학 때부터 아마추어 연극, 뮤지컬 등에 깊은 관심을 보여 13편 이상의 극에 연출, 출연했으며, 1993년 하이텔 고전음악동호회에서 한국 최초의 순수 아마추어 오페라 「바스티앙과 바스티엔느」를 각색, 연출했다. 음악 전문지에 오페라를 중심으로 한 음악평을 쓰기도 하며, 하이텔 고전음악동호회의 대표 시삽도 맡았다.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이우혁. 그러나 전문적인 글 쓰기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긴다. 그랬다면 자신의 글은 기성의 틀에 갖히고 말았으리라는 것이다. 『퇴마록』 역시 세상의 빛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