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향기
여류작가의 세번째 소설집. 도시인의 일상생활, 그중에서도 사랑과 결혼의 과정을 통해 표출되는 여성들의 일탈욕망과 환상이 소설의 주된 관심대상이다. 편모슬하에서 고학하며 자란 주인공이 한 남자의 애정을 받아들이지만 남자는 주인공을 배반하고 장관의 사위가 된다는 <저만치 누군가가 보이네>를 비롯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 <모델하우스> 등 소설 10편을 엮었다.
서하진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어릴 때 저지른 사소한 잘못이 지금 눈앞에 엄청난 결과로 나타날 것 같은 서늘함, 낯선 사람이 집을 잘못 찾아온 일로 한바탕 치정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 같은 에로틱하고도 불길하게 이를 데 없는 환상, 뺑소니 운전자의 불면과 이어 곧 예리한 보복이 시작될 것 같은 적막감, 토씨 하나만 놓쳐도 이야기 줄기를 놓쳐버릴 것 같은 조바심...... 이런 느낌들에 빠진다는 것을 뜻한다. 숙명적이다시피한 오래된 내면 상처와 극단적으로 단절된 세속 일사이 뒤섞인 이 작가만의 인물들의 비극적인 행로가 만만찮은 읽을거리를 제공하게 한다는 점도 미덕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이 치밀한 묘사와 극적 긴장과 어울어져 상당한 수준의 서사미학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에 값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박덕규(소설가)